외국의 적격심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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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건설계약연구원 댓글 0건 조회 4,656회 작성일 01-06-18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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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입·낙찰제도에 적격심사제가 도입된 지도 벌써 5년이 지났다. 부실시공을 방지할 목적으로 도입된 적격심사제는 입찰가격뿐만 아니라 여타 계약이행능력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낙찰자를 선정하는 제도이다. 그러나 이 제도는 도입취지에도 불구하고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운에 의하여 낙찰자가 선정되는 제도로 변질되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금년부터 최저가낙찰제가 도입된 것도 따지고 보면 적격심사제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적격심사제는 가격 이외에도 다양한 비가격(품질)요소들을 고려하여 낙찰자를 선정한다는 점에서 복수기준선정(MCS:multi-criteria selection) 방식에 속한다. 여기에서는 외국, 특히 영국의 MCS방식의 특징과 운용실태를 우리나라의 적격심사제와 비교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최고가치(best value)의 확보가 목표


발주자가 MCS방식을 사용하는 목적은 지불하는 가격에 상응한 최고 가치(best value for money)를 확보하자는데 있다. 발주자의 고려 요인에는 시공물의 품질과 준공후의 유지·관리비용까지도 포함된다.


발주자는 최고가치를 제공해줄 수 있는 사업자를 선정하기 위하여 입찰가격뿐만 아니라 다양한 비가격요소들을 심사한다. 입찰가격과 비가격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기 때문에 최저가를 제시한 입찰자가 반드시 낙찰자로 선정되지는 않는다. ‘싼게 비지떡’이라는 말이 있듯이 발주자는 다소 높은 가격을 지불하더라도 시공물에 대한 품질을 보장해 줄 수 있는 사업자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적격심사제에는 MCS방식의 이러한 측면이 배제되어 있다. 입찰구조상 비가격요소면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입찰자가 낙찰자로 선정되기 위해서는 낙찰하한율에 미달되지 않으면서 가장 낮은 입찰가를 제시하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영국에서 가장 활발하게 사용


MCS방식의 입찰은 영국에서 가장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다. 영국 재무성이 조달지침을 통하여 MCS방식의 사용을 권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대다수의 발주기관이 낙찰자 선정과정에서 가격과 비가격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MCS방식을 사용하는 다수의 발주자들은 비가격요소보다는 입찰가에 더 큰 비중을 부여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비가격요소의 심사에는 주관적 판단이 들어갈 수밖에 없어 발주자들이 투명성을 둘러싸고 발생할 수 있는 의혹을 의식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영국과 대조적으로 미국의 입찰제도는 최저가낙찰제인 밀봉입찰제도(sealed bidding)가 근간을 이루고 있다. 최고가치의 개념이 연방조달규정(FAR)에 도입되어 있으나 일반공사의 입찰에는 적용되지 않고 협상방식, 제안입찰방식 등에 적용되고 있을 따름이다.


공사특성에 맞는 다양한 심사기준 설정


발주기관들은 매 공사입찰 전에 해당 공사의 특성를 고려하여 낙찰자 선정기준을 설정하고 있다. 심사항목, 배점기준, 심사항목간의 가중치를 설정한 다음 가상 데이터를 가지고 모의실험을 실시하여 설정된 기준이 제대로 작동하는 지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친다.


일반적으로 가격과 비가격요소의 비중은 공사의 난이도에 따라 달라진다. 이 점에서는 공사규모에 따라 가격점수의 비중이 달라지는 우리나라의 적격심사제도와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주요 비가격요소 평가항목으로 시공경험, 재무상태, 기술인력의 자질과 경력 등이 포함되는 것은 우리의 적격심사제와 유사하나 그 이외에 공사의 특성에 맞추어 다양한 심사항목들이 포함되고 있다. risk 관리능력, 최근 시공물의 품질 평가, 공기관리능력, 과거 공사비 초과 여부, 최근 project에서 사용된 기법 등이 이러한 항목에 해당된다.


평가자의 재량이 부여되는 심사방법


비가격요소 평가에는 점수제가 이용된다. 각 심사항목에 직접 점수를 부여하거나 등급을 부여하는 방법이 사용되고 있다. 등급을 부여하는 경우에도 결국은 점수화되고 있다. 예컨대 사전에 등급을 미흡(-1점), 적정(0점), 우수(1점), 매우 우수(2점) 등으로 설정하고 각 입찰자의 평가항목 심사시 등급을 부여하는 방법이다. 우리나라의 심사제도는 등급을 통한 점수화방식을 사용하고 있으나 등급기준이 모두 계량화되어 있어 발주자의 재량이 없다는 점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평가의 순서는 먼저 비가격요소를 심사한 다음 최소 통과점수 이상을 획득하는 입찰자들을 대상으로 입찰가격 평가를 시행하고 있다. 최저입찰자를 대상으로 적격여부를 심사하는 우리나라의 적격심사제는 평가순서면에서 영국의 MCS방식과 반대이다. 최저입찰자를 대상으로 적격심사를 행하고 종합평점이 적격통과점수 이상이면 더 이상 다른 입찰자에 대한 적격심사는 실시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양한 입찰가격점수 산정방식


가격과 비가격점수를 종합화하는 방안으로 크게 두가지가 사용된다.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방법은 사전에 가격부문과 비가격부문의 가중치를 설정하는 방식이다. 다른 방법은 비가격요소 점수로 입찰가격을 할인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을 사용할 경우에는 별도로 가격점수를 산정하지 않는다.


가격점수의 산정을 위해서는 다양한 방식이 사용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쓰이는 방식은 최저입찰가에 100점을 부여하고 이를 기준으로 하여 다른 입찰가의 점수를 산정하는 방법이다. 또 다른 방식으로는 가장 낮은 입찰가 3개를 선정하여 이들의 평균가격과 각 입찰가를 비교하여 가격점수를 산정하는 것이다. 어느 방식이 사용되든 가격이 낮을수록 가격점수가 높아진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이 점에서 우리나라 적격심사제의 가격산정방식은 뚜렷하게 대조된다. 적격심사제의 가격산정공식은 입찰가가 높아질수록 가격점수가 커지는 구조를 지니고 있다.


적격심사제도 MCS방식의 본래 취지를 살려야


서구의 MCS방식은 어느 정도의 신뢰도를 가지고 시공물의 품질을 보장받을 수 있다면 다소 높은 가격을 지불할 수도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하고 있다. 가격과 품질간의 비례관계 가능성을 인정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적격심사제는 이러한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다. 입찰자들간에 ‘공사예정가 알아 맞추기 게임’으로 변질된 적격심사제의 개선이 앞으로 논의될 경우 MCS방식의 본래 취지를 살리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CERIK 정책연구부 (02)3441-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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